결성 19돌 맞은 범민련, 부산서 기념대회 연 까닭은?
[현장]각계각층 연대사 쇄도, 북측∙해외본부도 축사.. “2010년 도약의 해로”
“나쁜사람들은 우리 할아버지들을 왜 잡아갈까?”
“그건 나쁜사람들이 통일하기 싫으니까 그렇지.”
꼬마 사회자들이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 결성 19돌을 맞아 사회자로 기념행사 무대에 섰다. 그 주인공은 김민제(8) 양과 이재성(10) 군. 귀엽고 천진난만한 두 꼬마 사회자는 어른들보다 더 천연덕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좌중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 통일인사는 연대사 대신 하모니카를 들고나와 노래를 부르고, 개그맨들을 닮은 출연자들은 웃음꽃이 만발한 극 공연을 펼쳤다.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도부가 잇단 구속되는 등 정부로부터 공안탄압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범민련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지난 6월 구속됐던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과 이경원 사무처장, 최은아 선전위원장이 부산서 열린 기념행사 현장에 나타났다. 법원이 공안수사기관의 ‘무제한 감청’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통신비밀보호법 6조 7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1차적 승리’로 규정한 범민련은 지역에서 처음으로 가진 19돌 기념행사를 통해 “2010년을 승리와 도약으로 전진하는 한해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29일 범민련 결성 19돌을 맞아 부산서 열린 기념대회에서 꼬마 사회자 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귀엽고 천진난만한 두 꼬마 사회자는 어른들보다 더 천연덕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좌중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9일 부산서 열린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의 행사장이 참가자들로 가득차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범민련 19돌 기념대회, 처음으로 지역에서 열리다
29일 오후 2시 30분 부산 부산일보 대강당. 강당의 400여 좌석과 복도까지 참가자로 가득찬 가운데, 범민련 결성 19돌을 축하하는 기념대회가 열렸다. 범민련 결성 이후 지역에서 기념대회가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대회에는 범민련 남측본부 회원들을 비롯 통일광장 임방규 대표 등 수십 명의 장기수들과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고문, 박정기(박종철 열사 아버지)∙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전∙현 유가협 회장 등 45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노동계도 황수영 민주노총 통일위원장과 양정주 한국노총 대협본부장 등을 보내 범민련 결성 19돌을 축하했다. 또한 이영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김은진 전 최고위원, 최인기 전빈련 사무처장, 나무정사 주지 설곡스님, 이민환 부산대 민교협 회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내빈으로 참여했다.
민제 양과 재성 군의 사전사회를 시작으로 사전 환영공연이 펼쳐지자 본행사가 펼쳐지기도 전에 부산일보 대강당이 후끈 달아올랐다. 부산지역 노래패 ‘고구려’와 ‘민들레’는 통일노래 메들리를 선보이며 범민련 19돌을 축하했고, 부산지역 범민련 후원회 회원들은 영상을 통해 축하메세지를 던졌다.
지난 27일 출소한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등 구속자 3명도 무대에 섰다. 사회를 본 김성일 범민련 부경연합 정책국장이 “이명박 정부의 탄압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국정원의 무제한 감청과 반인권적 수사관행에 제동을 건 주인공들을 힘차게 모시자”며 이들을 소개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꽃다발을 받고 선 이규재 의장은 “6∙15시대의 배경없이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며 “이번 일을 겪으며 6∙15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라는 대전제를 목숨으로 바쳐서 사수하고 지켜가겠다는 다짐을 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경원 사무처장도 “각계각층에서 보내준 애정이 얼마나 큰지 느끼고 돌아왔다”며 “이명박 정부들어 이룩해놓은 성과가 조금 멈칫거리고 후퇴하는 것 같아 보여도 조국통일운동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은하 선전위원장은 “기념대회 전에 나오게 되어서 기쁘다”며 “가혹한 탄압에도 (범민련의) 정당성을 새기는 과정이었고 20돌을 맞이하는 내년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출소한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이경원 사무처장, 최은아 선전위원장 등 3명도 바로 부산에서 열리는 기념대회를 찾았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9일 열린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에서 이규재 의장이 “6∙15시대의 배경없이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며 “이번 일을 겪으며 6∙15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라는 대전제를 목숨으로 바쳐서 사수하고 지켜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출소한 이규재 의장 등 3명 “각계각층 애정 실감했다”
구속자 환영대회에 이어 본행사가 시작되자 각계각층의 범민련 결성 19돌 축하 연대사가 이어졌다.
무대에 올라온 임방규 통일광장 대표는 “내년은 전쟁 60년, 분단 65년, 일제침략 100년이 되는 해이고 범민련 결성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오늘까지 조국은 통일되지 않았고 미제는 이 곳에 둥지를 틀고 있고, 민생은 어렵다”고 탄식을 던졌다. 이런 그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국역량을 결집하고, 거대한 정치적 단결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참가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임민식 범민련 공동사무국 사무총장과의 국제전화 연결도 시도됐다. 임 총장은 범민련 남북해외 본부의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기념대회 자리에서는 임민식 범민련 공동사무국 사무총장과의 국제전화 연결도 시도됐다. 이경원 사무처장이 핸드폰으로 임총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경남에서 올라온 김영만 6∙15남측위원회 경남본부 대표는 연대사 대신 하모니카를 꺼내들어 갈채를 받았다. 먼저 그는 “이규재 의장 등이 출소해 공안세력과 국가보안법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범민련 뿐만 아니라 7천만 겨레의 승리”라고 축하의 말을 보냈다.
그러던 김 대표가 다음의 말이 이어지기 전 꺼내 든 것은 다름아닌 하모니카. 이 의장 등의 출소 소식에 기뻐해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김 대표는 하모니카를 꺼내 '나는 열일곱 살이예요'를 연주했고, 참가자들은 ‘가만히 가만히 오세요~’라는 가사를 부르며 즉석 하모니를 연출했다.
북측과 해외본부, 공동사무국의 축사도 도착했다. 축사는 강용준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 수석부본부장과 제해식 전농 부경연맹 의장 등이 대독했다.
범민련 북측본부는 20일 남측본부 팩스를 통해 보내온 축사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룩해나가려는 이 시기에 범민련 결성 19돌을 뜻깊게 기념하고 있는 남측본부에 동포애적 인사를 보낸다”며 축하 메세지를 전했다.
또 “특히 남측본부는 범민련을 말살하려는 전대미문의 파쇼폭압이 강화되는 속에서도 추호의 동요와 주저를 모르고 온 겨레를 통일애국의 길로 고무추동해왔다”며 “범민련은 역사의 전진을 되돌려세우려는 반통일세력의 민족대결과 전쟁책동을 단호히 반대배격한다”고 밝혔다.
해외본부는 “정세가 아무리 복잡하고 난관이 앞을 가로막아도 우리 범민련의 승리는 확정적”이라며 “6∙15통일시대의 새국면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의 사명과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나가자”고 남측본부를 격려했다.
29일 열린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에서 범민련 북측본부가 팩스로 보내온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에 참가한 각계각층의 인사들. 비전향 장기수들을 비롯 노동, 시민사회, 여성, 정당, 종교 등에서 범민련 결성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자리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축사 보내온 범민련 북측본부 “역사의 전진 되돌려 세우려는 세력 배격해야”
‘범민련 탄압’ 과정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말하는 장면과 용산철거민참사, 범민련 남측본부 압수수색 등이 영상을 통해 오버랩되자 참가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범민련 남측본부 소속 문예패가 무대에 등장하자 기념대회의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들이 펼친 공연은 ‘범민련 소속 일군’이 ‘노동자’들을 ‘6∙15공동선언 이행’에 나서게한다는 내용. 개그맨들을 닮은 듯한 이들이 등장해 유머러스하게 공연을 펼쳐내자, 기념대회장 곳곳에 폭소가 터졌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범민련 남∙북∙해외 공동결의문을 통해 “범민련 결성은 남∙북∙해외 3자연대를 확고히 해 조국통일운동을 전민족적 운동으로 강화발전시킨 역사적 사변이었다”며 “범민련은 그때로부터 오늘까지 겨레의 통일운동에 언제나 앞장서왔다”고 결성의의를 다시 밝혔다.
이어 “그러나 범민련과 겨레의 앞날에는 대결의 찬바람과 전쟁의 불구름 등 커다란 장애가 조성되고 있다”며 ▲남북공동선언 고수이행 ▲모든 통일애국역량과의 연대단합 강화 ▲남북화해협력 역행하는 대결행위 반대배격 ▲통일애국세력 탄압 강력대응 ▲범민련 조직확대와 3자연대 실현 등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조직 결성 처음으로 기념대회를 지역에서 가진 이유에 대해 김성일 범민련 부경연합 정책국장은 “부산지역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탄압의 정도가 거의 없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앞으로 범민련이 지역운동을 활성화하려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탄한 지역 조직력을 바탕으로 6∙15 실천과 범민련 강화의 봉화를 부산경남에서 지펴올리겠다”고 말했다.
"2010년을 승리와 도약의 한해로"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9일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가 열리는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부산지역 노래패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9일 부산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자"는 내용의 알림막이 내걸려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가 29일 오후 2시 30분부터 3시간여에 걸쳐 부산시 동구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본행사에 앞서 지역 참가자들이 축하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모습ⓒ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9일 부산서 열린 범민련 결성 19돌 기념대회에서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개그맨들을 닮은 듯한 이들이 ‘노동자’들을 ‘6∙15공동선언 이행’에 나서게한다는 내용으로 공연을 펼치자 기념대회장 곳곳에 폭소가 터졌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범민련 북측본부가 결성 19돌을 맞아 "남측본부에 동포애적 인사를 보낸다”며 축사를 보내왔다. 29일 열린 기념대회에서 축사가 낭독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김보성 기자 vopnew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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